4) 관상(Contemplatio, 컨템플라찌오)

 

‘거룩한 독서’의 마지막 단계인 관상은 신비의 영역으로서 이제 관상의 단계에서 우리는 말하기를 멈추고 자신을 계시해 주시는 주님을 바라보며 조용히 그 분의 말씀을 듣는다. 변화산에 올랐던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은 잠결에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님과 함께 대화하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이때 베드로는 거기에 초막 셋을 짓겠다고 했는데, 사실 베드로는 거기서 예수님이 변형되신 초자연적 장면을 목격하면서 무서워 떨며 자기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그리고 또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채 이 말을 한 것이라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마가복음9:6, 누가복음9:33). 이처럼 관상에서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광경과 신비를 목격하거나 혹은 거기에 참여하게 된다. 관상은 내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독서와 묵상, 기도를 통하여 점차 주님께로 가까이 나아가고 있는 우리를 하나님이 영적 세계로 끌어올려 주셔서 우리에게 이 모든 신비와 영적 관계, 영광과 환희를 허락해 주시는 것이다. 그저 우리는 주님께서 천상의 세계를 우리에게 열어 보여주시고, 초청해 주시도록 간절히 사모할 따름이다.

 

귀고 2세는 관상이란 우리 정신이 어떤 알 수 없는 방법에 의해 하나님께로 올려져서 그 높은 곳에 머무는 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높은 곳에서 우리는 영원한 단내가 흘러나오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 그에 의하면, ‘독서’는 복된 삶의 단맛을 찾는 것이며, ‘묵상’은 그 단내를 느끼는 것이며, ‘기도’는 그것을 간구하는 것이고, ‘관상’은 그 단내를 맛보는 것이다. ‘거룩한 독서’에 있어서 첫 세 단계, 독서, 묵상, 기도는 우리의 끈질긴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마지막 네 번째 단계인 관상에서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오직 하나님께서 자신을 우리에게 보여주시며 우리를 초청하시는 것이다. 그래서 관상에서는 겸손한 마음으로 그저 하나님의 부르심을 기다리는 가난한 영혼으로 그저 하나님만 바라볼 따름이다. 우리는 이 땅에 살면서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열망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바로 이 관상의 단계에서 우리는 영광과 환희, 사랑과 기쁨으로 가득찬 하나님의 나라를 맛볼 수 있게 된다. 한번 이 맛을 본 사람은 이를 어떻게 표현할 수는 없으나 이 경험을 바탕으로 언젠가 우리가 들어갈 하나님의 나라를 갈망하며 더욱 더 사모하게 된다.

 

관상을 통하여 우리는 하나님의 끝없는 사랑, 예수 그리스도의 숭고한 헌신과 사랑에 눈뜨게 된다. 그리고 우리 자신도 주님처럼 사랑의 사람으로 변화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스스로 결단하고 노력하여 변화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관상을 통하여 주님의 초청을 받아 그 영광과 환희, 사랑과 기쁨을 맛본 사람은 그 마음 중심에서부터 예수님을 닮은 하나님의 사람으로 변화된다. 상황에 따라 흔들렸던 믿음이 이제 하나님을 맛보고 온전히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변화된다. 이와 같이 천상의 세계를 경험(고린도후서12장)했던 사도 바울이 이렇게 고백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갈라디아서2:20).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완전하고 성숙한 믿음의 사람으로 변화되는 것은 이와 같이 하나님께 부름을 받아 영광과 환희, 사랑과 기쁨, 신비로 가득찬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잠시나마, 혹은 부분적으로라도 맛보았을 때 더욱 강력하게 이루어지게 된다. 그래서 어느 누구든지 관상에 이르는 것은 순전히 하나님의 은혜와 선물로서 얻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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