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적당히 짧게 잡는 것이 좋다. 복음서의 경우, 예수님의 가르침과 사건 이야기 하나를 잡는 것이 좋을 것이다. 본문을 어떠한 길이로 결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어떤 특별한 지침은 없으나 본문을 너무 길게 잡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거룩한 독서’를 통하여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려면 가장 먼저 하나님 말씀인 성경 본문을 적절하게 정하고 잘 읽어야 한다. 본문에는 누가 등장하며, 장소는 어떠하며, 무슨 내용이 있으며,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가장 먼저 말씀을 읽을때는 그 책 전체의 맥락에서 오늘 본문이 어떤 자리에 있는지를 생각해 보고, 어떤 단어가 중심적으로 쓰였다면, 왜 그 단어를 썼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본문을 두 번, 세 번 이상 읽으면 말씀이 살아서 움직이면서 그 상황이 눈앞에 전개되는 것 같은 느낌을 얻게 될 것이다. “예수께서 눈물을 흘리시더라”(요한복음11:35)라고 쓰여진 곳을 여러 번, 자세히 세밀하게 읽다보면, 친구 나사로의 죽음과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바라보시며 측은히 여기시면서 눈물을 흘리시는 예수님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 주위의 슬픈 분위기가 우리 눈 앞에 나타난다. 예수님께서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을 책망하시는 마태복음23장을 반복해서 세밀하게 주위를 살피면서 읽다보면, 외식하는 유대의 영적지도자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품으시고 그들을 심하게 책망하시는 예수님의 얼굴이 눈앞에 떠오른다.

또 우리가 기억할 것은 성경은 단순히 사변적이고 논리적 범주들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성경에는 시와 이미지로 충만하기 때문에 상상력을 가지고 풍부한 감수성으로 말씀을 받아 들여야 한다. 말씀을 받아들일 때는 두 귀, 두 눈, 마음, 지성을 완전히 열고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기대감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

 

성경 말씀은 글로 씌여지기 이전에 역사적 사실로서 이 땅에서 일어난 사건들이다. 그 사건을 선지자나 예수님의 제자들, 하나님의 경건한 사람들이 성령님의 감동을 받아 글로서 적어놓은 것이다. 이때문에 글로 적혀진 감동적인 사건이나 의미있는 내용을 읽을 때는 글로 그려진 내용 속으로 들어가야만 더 정확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 ‘거룩한 독서’의 첫 단계에서는 가장 먼저 속도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고대 수도승들에게 있어서 성경말씀을 읽는 것은 드넓은 포도원을 가꾸는 것과 같이 일평생 걸리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i] 이 단계에서 물어야 할 네 가지 기본 질문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본문에 나타나는 말씀의 시제를 살펴보고, 문법을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왜 여기서는 이런 동사와 명사를 사용했는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본문에 씌여진 단어 하나 하나가 모두 중요하다. 그러므로 본문을 상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성경저자는 어떤 의도로 오늘 본문의 말씀을 기록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지성을 가지고 본문을 자세히 살피고 그 장면을 연상하면서 그 내용 속으로 들어간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입으로 읽으면서 머리로 생각하던 것들이 이제 마음으로 들어오기 시작하게 된다.

 

본문에서 같은 단어를 반복하여 사용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고,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경우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 진실을 알아채기 어렵다.

 

구약성경은 약간의 아람어와 대부분이 히브리어로 쓰여졌는데, 히브리어에는 영어와 달리 비교급과 최상급의 표현을 사용하기 보다, 같은 단어를 반복함으로 해서 강도를 높이거나 최상급의 표현을 한다. 예를 들어 이사야6:3의 “거룩하다, 거룩하다, 거룩하다”하는 표현은 가장 거룩한, 최고로 거룩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신약성경에서 예수님께서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믿는자는 영생을 가졌나니”(요한복음6:47)라고 말씀하셨는데, 여기서 “진실로 진실로” 두 번을 반복해서 말씀하신 것은 진실을 강조해서 말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구약성경에서 그 사상에 의미와 힘을 더하기 위해서 유사한 단어를 두 세 번 반복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시편 1편의 내용에서 “복 있는 사람은 죄인의 꾀에 빠지지 아니하고 악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고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는 자로다”(시편1:1)라고 표현하여, 복 있는 사람은 어떠한 사람인가에 대한 사상을 더 깊고 강하게 나타내 준다. 그리고 산상보훈에서 예수님은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마태복음7:7)라고 말씀하시면서, 구하고, 찾고, 두드리는  세가지 유사한 표현을 통해서 그 의미를 더욱 강렬하게 표현하신 것이다.

 

성경은 많은 경우 은유로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여호와는 나의 요새이시요, 하나님은 내가 피할 반석이시라”(시편94:22) 라고 말씀하는 것에서 이를 문자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여호와는 큰 성과 같은 철벽 요새이시고, 또한 큰 바위가 되신다. 이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여호와는 우리에게 그와 같은 분이시라는 속성을 은유로 표현한 것이므로, 은유와 사실을 잘 구별해서 읽어야 한다.

 


[i] Tim Gray, Praying Scripture for a Change: An Introduction to Lectio Divina (West Chester: Ascension Press, 2009), p.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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