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아버지의 미소
2016 9 22
조연형
(텍사스 휴스턴, 이정화 집사님을 하나님 나라로 보내 드리며)
겹겹이 산으로, 들로, 강과 바다로
둘러싸인 빛 좋은 양지에
작은 씨앗 하나가 떨어집니다.
수없이 많은 꽃, 나무들에 둘러싸여
이 작은 씨앗은 가까스로 그러나 용기있게
보호막을 뚫고 대지를 만납니다.
곱디고운 흙 알갱이들과 벗하며
연한 싹은 어두운 대지 속에서
흙 알갱이, 잔돌, 각종 움직이는 것들과 친구합니다.
슬며시 대지 위로 쏘옥 목을 들어 둘러보다가
아름답고 수려한 주변과 눈부신 빛에 반하여
가슴가득 푸르름으로 채웁니다.
만발한 각양각색 꽃들과 친구하며
경이로운 나무들과 벗하다가
비상하게 듬직하고 멋진 한 나무를 발견하고 그를 연모합니다.
여린 가지 후덕해지고
가녀린 이파리 끝마다 푸르름 짙어갈 때
신비를 품은 꽃망울들 곳곳에 피어납니다.
사랑에 겨워 서로 목을 부벼대는 꽃사슴 두 마리처럼
가지마다 꽃망울 머금은 푸른 나무 둘
산들바람에 서로 스치며 기대어 안기고
거센바람에 서로 의지해 가까이 가까이 끌어안습니다.
꽃망울 터질 때마다 들판과 골짜기에 울려 퍼지는
소박한 향기, 곱고 우아한 그 음성,
바람을 타고 멀리 멀리 퍼져갑니다.
맑고 화사한 꽃들이 가지마다 매달려
동산을 장식하고 꽃내음으로 채워갈 때
꽃바침에 매어달린 열매들이 커갑니다.
존귀한 열매들이 자라고 익어갈 때
농부 아버지 그 기쁨을 이기지 못합니다.
열매들 하나둘씩 농익어 농부 아버지 가슴 설레게 할 때
그 농부 아버지 미소 머금고 동산에 떨어진 열매들 주우며
와락 이 나무 끌어안고 속삭입니다.
“수고했어.
내가 네 수고를 잘 안다.
이제 나와 함께 내 동산에 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