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묵상(Meditatio, 메디타찌오)

 

이 단계에서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예수님은 여리고를 지나가시면서 세리장인 삭개오의 집에 머물기로 하신 것일까?”라고 질문 하면서, 예수님은 오늘 나와 같이 죄많고 부족한 사람에게 찾아오시는 분이심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묵상은 참여이다. 말씀 가운데 들어가서 그 자리에 서는 것이다. 유진 피터슨은 상상력을 잘 사용하면 묵상의 깊은 단계로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없는 것을 만들어 내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구약성경이 쓰여진 히브리어로 ‘묵상하다’란 단어는 ‘하가’( הָגָה)와 ‘시아하’(שִׂיחַ)를 들 수 있다. 먼저 ‘하가’( הָגָה)는 ‘신음하다, 으르렁거리다, 입밖으로 소리내어 말하다, 말하다, 묵상하다, 골똘히 생각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시편 1:2에는 이렇게 나와있다: [복있는 사람은]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 아버지 하나님께서 주신 율법을 즐거워하면서 밤낮없이 언제나 묵상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복있는 사람이다. 여기서 ‘묵상한다’는 것은 ‘묵상하다, 입밖으로 소리내어 말하다, 골똘히 생각하다’는 뜻을 가진다. 반면에 이사야 31:4에서는 “큰 사자나 젊은 사자가 자기의 먹이를 움키고 으르렁 거릴 때에”라고 쓰면서, 사자가 먹이를 움키고 으러렁 거리는 것도 ‘묵상하다’라는 단어와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 이는 맛있게 음미하며 음식을 먹듯이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골똘히 생각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묵상하다’로 번역되는 또 다른 단어인 ‘시아하’(שִׂיחַ)는 ‘근심을 털어놓다, 불평하다, 골똘히 생각하다, 묵상하다’의 여러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엘가나의 부인 한나가 자식이 없음으로 실로의 여호와의 집에서 하나님께 자기의 고통과 근심을 털어놓을 때 사용한 단어이며(사무엘상1:16), 욥이 여러 차례 자기의 속상한 사정을 불평할 때에 사용한 단어이고(욥기7:13, 9:27, 10:1), 시편 기자들이 묵상하며(시편104:34, 개역개정에는 ‘기도’라 번역했으나, 개역한글에는 ‘묵상’, 공동번역은 ‘노래’로 번역했다), 주의 법을 작은 소리로 읖조릴 때 사용한 단어이기도 하다(시편119:97, 99, 148). 위의 경우에서 명확하게 알 수 있듯이 구약시대의 ‘묵상’이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말씀을 음미하며 사자가 먹이를 움켜쥐고 핧고 또 핧듯이 다시금 마음 속으로 생각하며, 조금 더 나아가 자기의 고통과 근심을 여호와께 토로하듯이 마음 속 깊이 계속해서 담아두고 깊이 생각하며 목소리를 내서 읖조리는 것에까지 이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독교 전통에서 ‘묵상’(μελετή, 멜레테)이란 보통 4가지로 나타나는데, 1) 성경말씀을 읖조리거나 암송하는 것(이는 초기 수원 문헌에 압도적으로 많았다), 2)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종교적 진리들과 유익한 사상들을 마음 속에 담아 두는 것, 3) 성경 말씀이나 신조, 인생, 세상 등 모든 것들을 마음에 두고 생각하는 것, 4) 예수님의 생애 이야기와 같은 믿음의 진리들을 상상하면서 마음에 그려 보는 것 등을 의미하였다.

 

거룩한 독서에 있어서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한다’는 것은 첫 단계인 하나님의 말씀 독서를 통해 하나님 말씀 안에 거하면서 그 말씀에 순종함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 말씀이 진정 나에게 어떻게 말씀하시는지 그 말씀에 순종함으로 들으며 귀기울이는 것이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부터 우리의 마음이 주님의 마음을 닮아가는 과정이 시작된다. 여호수아가 온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려 할 때에 그에게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그때 하나님께서 그에게 나타나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가운데 기록한 대로 다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 길이 평탄하게 될 것이라. 네가 형통하리라”(여호수아1:8).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수없이 많은 적군들로 가득차 있는 거대한 가나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에 여호수아는 소망대신 두려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때 하나님은 여호수아에게 말씀이 그 입에서 떠나지 않도록 밤낮 계속해서 묵상하며 그 말씀대로 다 지켜 행하라고 하셨다. 그리하면 그의 길이 평탄하고 형통하리라고 약속해 주셨다. 말씀을 그 입에서 떠나지 않게 하고 밤낮으로 묵상한다고 할지라도 그 뜻대로 살지 않는다면 이는 진정한 묵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성경의 말씀을 통하여 우리 자신에게 직접 말씀하시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에게 직접 주시는 말씀에 순종하지 않는다면 이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못했거나 혹은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는 것이므로 위의 두 경우 모두 온전하게 묵상했다고 할 수 없다.

 

말씀을 읽을 때에 우리 자신을 그 말씀 가운데 세워야 한다. 그러면 나를 향하신 예수님의 음성이 확성기로 말씀하시는 것처럼 들리게 된다. 이렇게 명확하게 나에게 말씀하시는 음성을 듣는 것이 올바른 묵상이다.

 

묵상은 겸손함으로 말씀을 내 마음에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을 내 생각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 말씀을 하시는 아버지께 나의 모든 것을 내어드리며 그 앞에 넙죽 엎드리는 것이다. 그분을 나의 주인으로 모시는 것이다. 바로 묵상에서 이 작업이 시작된다. 사도 바울이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립보서2:5)라고 말씀한 것과 같이 바로 묵상을 통해서 성령님이 우리의 마음을 만지셔서 굳어진 우리 마음이 부드러운 마음으로 변화되어지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게 된다. 아버지의 말씀으로 우리의 의지가 움직이고 결단이 일어선다. 후회와 회개가 일어나고 정결함을 획득하며 강인함을 덧입는다. 암울한 상황에서도 두려움이 사라지고 소망의 태양이 떠오른다. 이과 같은 내적 변화를 겪은 후에야 우리는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로마서12:2b)는 말씀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카르투시오 수도회원이었던 귀고 2세는 ‘거룩한 독서’ 첫 단계인 ‘독서’가 딱딱한 음식을 우리 입에 넣는 것이라면, 두번째 단계인 ‘묵상’은 이 음식을 씹어서 잘게 부수는 것이라고 하였다. 잠언 2:4(“은을 구하는 것 같이 그것을 구하며 감추어진 보배를 찾는 것 같이 그것을 찾으면”)과 마태복음 13:44(“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으니”­)에 나오는 말씀처럼 감추어진 보배와 보화를 찾는 작업이 바로 ‘거룩한 독서’의 두번째 단계인 ‘묵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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