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독서 4단계

 

1) 독서(Lectio, 렉찌오)

 

우리는 ‘성경을 읽는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성경을 읽는다. 그런데, 영성이 깊은 초대교회 교부들은 ‘성경을 듣는다’라고 말했다. 글로 된 하나님 아버지의 말씀을 눈으로 읽으면서, 하나님께로부터 직접 우리 마음의 귀로 듣는 것이다. 주님께서 우리들 한 명, 한 명에게 사랑의 음성으로 친히 말씀해 주시는 것이다.

 

9세기에서 15세기 까지 유럽의 정신세계를 지배했던 스콜라주의는 신학에 바탕을 둔 철학사상이었다. 스콜라주의 철학자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 아래 논리학을 크게 발전시켰는데, 일반 철학이 추구하는 진리 탐구와 인식의 문제를 신앙과 결부시켜 생각하고 인간이 지닌 이성 역시 신의 계시와 전능함 아래에서 이해했다. 9세기 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스콜라주의와 더불어 서방 가톨릭 교회와 수도원에 있어서 성경읽기와 연구의 방식에 있어서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가톨릭 교회와 수도원에서 공통으로 사용되던 성경읽기 방식(내적 조명 방식, interior)이 12세기에 이르러 변화가 뚜렷해 지기 시작했는데, 그 당시 일반화 되어 있던 수도원적 방식의 성경읽기 방식(내적 조명 방식)이 스콜라주의의 영향을 입어 학자적 접근 방식으로 성경을 연구하는 자세를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i] 이 결과 12세기에는 수도사들을 양성하기 위한 학교와 성당 신부/목회자들을 양성하기 위한 학교로 나누어졌다. 수도사들을 양성하는 학교에서는 여전히 ‘내적 조명 방식’(interior)을 고수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학생들은 수도생활을 해 나가면서 영적인 아버지인 수도원장의 지도 아래 개인적으로 성경말씀과 교부들의 글을 읽어 나감을 통해서 배워 나갔다.[ii] 반면에 ‘외적 조명 방식’(exterior)을 취하는 스콜라주의 학교에서는 7개의 기본 교양과목을 가르쳤고, 그 밖에 신학도 추가해서 배우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성당 신부/목회자를 양성하는 학교는 성당 근처의 도시에 위치해 있었다. 지방이나 교구, 수도원 학교 등지에서 이미 7개의 기본 교양과목을 이미 이수한 이 학교의 학생들은 성당에서의 목회활동을 준비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iii] 이 학교에서는 원문에 대해 질문하고 중심 사건 자체에 대해 질문함으로 연구와 조사를 목적으로 하는 거룩한 원문에 중점을 두고 성경을 연구했다. 수도사들은 개인적인 묵상과 기도를 중심으로 성경에 접근한 반면에, 학자들은 원문에서 과학과 지식, 교훈을 추구했고, 수도사들은 지혜와 이해를 추구했다.[iv]

 

현대의 성경공부에 대한 접근들은 수도사들보다는 학자들과 더 유사한듯 보인다. 학자들은 영적 양식으로서의 독서 보다는 정보를 얻어내기 위한 독서에 더 치중했다. 복음주의자들이 성경을 연구할 때, 자신들의 깊은 곳에서 하나님을 만나기 보다는 훈계와 원칙을 더 많이 찾는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설교는 하나님과의 만남, 그리고 사랑 보다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주려고 하시는가에 대한 지침에 방향을 맞추는 경우가 많게 된다. 그러므로 거룩한 독서의 훈련은 모든 그리스도인으로 하여금 이러한 부조화를 보완하여 균형을 맞추어 줄 수 있을 것이다.[v]

 

거룩한 독서의 첫 단계는 ‘본문을 듣는(읽는) 것’이다. 그 날 정해진 성경 본문말씀을 펴고, 하나님께서 내 마음을 주관해 주시도록 기도하고, 주신 말씀을 내 영이 잘 깨달을 수 있도록 성령 하나님께 간구한다. 시편 기자는 “주의 말씀을 열면 빛이 비치어 우둔한 사람들을 깨닫게 하나이다”(시편119:130)라고 고백한다. 우리가 주의 말씀을 열어 읽기는 읽되, 직접 주님께서 내게 주시는 말씀으로 듣는다. 마치 아버지가 나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듣는 것처럼, 찬찬히 조심해서 잘 듣는다. 말씀 하시는 것을 이해할 수 없으면 왜 이런 말씀을 하셨는지 곰곰히 생각하며 듣는다. 이 말씀을 하시는 장소를 생각해 보고, 어떤 상황 가운데서 이 말씀을 하신 것인지 생각하며, 마치 그 자리에 가 있는 것처럼 마음을 모은다. 이렇게 한 번, 두 번, 세 번 읽으면서 점점 더 그 말씀 속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집중해서 말씀을 듣다보면, 주님께서 직접 나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듣게 된다. 간혹은 아직 세 번 다 읽지도 않았는데, 하나님께서 내 영에게 많은 말씀을 주실 때도 있다. 따뜻한 손길로 위로해 주시기도 한다. 걱정 말라고 어깨를 두드려 주시기도 한다. 안타까운 자식의 문제가 떠오르면서 마음에 서러움이 북받힐 때에도 다가오셔서 내 손을 잡으시면서 ‘염려하지 마라. 내가 도와주마’라고 인자하게 말씀하신다. 처음에는 분명히 글자로된 성경말씀을 읽었는데, 어느새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있고, 위로받고 있고, 주님과 대화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씀 묵상기도의 두번째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i] Duncan Robertson, Lectio Divina: The Medieval Experience of Reading (Collegeville: Liturgical Press, 2011), p. 203.

[ii] Jean Leclercq, The Love of Learning and the Desire for God: A Study of Monastic Culture (New York: Fordham University Press, 1982), p. 2.

[iii] Jean Leclercq, The Love of Learning and the Desire for God: A Study of Monastic Culture (New York: Fordham University Press, 1982), p. 3.

[iv] Jean Leclercq, The Love of Learning and the Desire for God: A Study of Monastic Culture, p. 3.

[v] 케네스 보아, 기독교 영성, 열두 스펙트럼 (도서출판 디모데, 2002), p. 197.


gracie

2016.07.06 07: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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