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독서’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먼저 주어진 성경 본문을 잘 듣고, 또 듣고, 깊이 생각하면서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본문 말씀을 읽으면서 그 장면 속에서 등장 인물들의 마음을 살펴보고, 예수님의 마음도 생각하며, 냄새맡고 구석구석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면서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다.

 

성경의 말씀은 읽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다. 읽는 것은 성경을 객관적인 하나의 책으로 보고 읽는 주체인 내가 객체인 성경의 글을 읽고 파악하는 것이지만, 듣는 것은 우리 아버지 되신 하나님의 말씀, 우리 구세주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나에게 친히 주신 것으로 순종하며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의 말씀은 주님께서 나에게 직접 말씀하여 주신 것임을 깨닫게 된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귀 있는 자는 들으라!”(마태복음13:3-9, 마가복음4:3-9, 누가복음8:5-8)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성경의 말씀을 우리에게 주실 때에 우리가 직접 그 음성을 듣고 순종할 것을 기대하시며 요구하신다. 요한이 밧모섬에서 소아시아의 일곱교회에 보낸 편지에 나오는 구절도 이와 유사하게 표현한다: “귀 있는 자는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지어다”(요한계시록2:7, 11, 17, 29; 3:6, 13, 22)라고 말씀하신다. 주님은 우리가 성경의 말씀을 직접 우리에게 주신 말씀으로 들을 것을 기대하시며 요구하신다.

 

거룩한 독서의 네 단계는 서로 상호작용하는 관계에 있다. 그 동안 기독교 역사 속에 수백년 동안 흘러내려오던 거룩한 독서를 오늘날과 같은 체계로 만든 카르투시오 수도회의 부원장 귀고 2세(Carthusian Prior Guigo II, ?–1188/1193)는 네 단계를 각 사다리의 한 계단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첫째 계단에서 둘째 계단으로, 그런식으로 규칙적으로 올라간다고 생각했다. 반면 유진 피터슨(Eugene Peterson, 1932- , ‘메세지’의 저자)과 같은 이들은 이 네 단계가 계단과 같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연관된 것으로 반드시 순서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i]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에, 거룩한 독서의 네 단계는 상호작용을 하지만, 반드시 첫 단계에서 상위 단계로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면, 하나님 말씀을 깊이 읽는 가운데 갑자기 그 말씀에 찔림을 받아 회개의 기도가 터져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말씀 가운데 강력한 인도하심을 느끼며 하나님의 현존을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첫째 단계는 성경말씀을 읽음으로 시작되지만, 그 이후 부터는 반드시 규칙에 얽매여 움직인다고 할 수는 없다.

 


[i] 유진 피터슨, 책을 먹으라 (IVP, 2006), p.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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